|
1998년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한국경제는 그해 성장률이 -5.8%로 곤두박질쳤다. 끝이 보이지 않던 암흑기는 의외로 빨리 끝났다. 그 이듬해 지금의 기획재정부에 해당하는 당시 재정경제부는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불어 닥친 지 일 년 만인 1999년 우리경제가 ‘2.0% 플러스(+) 성장’할 것이란 뜻밖의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속사정은 참담했다. 소비는 -0.9%, 설비투자 -3.6%, 건설투자도 -7.6%로 각각 예상됐다. 투자 중에서 유일하게 증가한 부분은 재고투자로 성장기여도가 7.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성장률 추정치가 2%이므로 재고를 뺀 성장률은 -5.3%. 1998년 성장률인 -5.8%와 비슷했다.
디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인 한국경제는 지난해 극심한 내수침체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민간소비가 크게 줄었지만, 안 팔려서 쌓인 재고 덕분에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았다.
20일 한국은행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재고의 국내경제에 대한 성장기여도는 지난 2013년 –1.3%포인트에서 지난해 0.6%포인트로 급등했다. 최근 예산정책처가 한은이 발표한 각종 경제지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반면 민간소비, 건설 및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등 내수 주요항목의 기여도는 같은 기간 2.3%포인트에서 1.9%포인트로 하락했다. 특히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2.4%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불과 일 년 사이에 5분의 1 수준까지 주저앉으며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3%로 2013년(3.0%)에 비해 0.3%포인트 상승했으나, 재고를 제외한 성장률은 2.7%로 전년도 성장률에 못 미친다. 재고의 성장기여도가 내수와 순수출 기여도 급락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를 가리는 착시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이 올라 세계시장에 우리 주력 수출품목들을 싼값에 판매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에 따른 수익을 기업이 임금인상과 설비시설에 투자하면 내수를 살리고 결국 성장률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 감축으로 재고가 계속 넘치는 상태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다보면 과잉 설비투자로 인한 과다생산을 초래, 우리경제에 버블이 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함께 경제주체의 한 축인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경기회복에 중요한 관건이 됨은 분명한 사실이나, 인위적인 투자확대 유도는 성장률만 끌어올릴 뿐 서민은 체감하기 어려운 ‘거품’경제를 조장할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업들은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가 자연스레 이뤄지는 경영여건을 조성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60%, 전체 고용의 70%가량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산업임에도 관련 규제는 늘고 서비스업 진흥정책인 서비스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등은 국회에 발이 묶여있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조속히 정책적 환경을 구축해 내수활성화와 저성장 기조 극복에 서비스업이 핵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
현재포인트 :
